아름다운재단이 영국출장 중 방문한 8개 기관들과 나눈 미팅기록을 차례로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녹취록이기 때문에 문장이 거칠고 오탈자가 있을 수 있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좀 더 정리된 내용은 보고회 또는 보고서를 통해 공유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궁금한 점은 녹취록을 참고해주시고, 댓글로 소통하기로 해요. 

 

Involve 미팅개요

  • 일시: 2019년 7월 9일(화) 10:00
  • 장소: 인볼브 사무실
  • 참석: 리즈(매니저)

 

녹취록 전문 

리즈: 나는 2018년 3월부터 인볼브에 근무하고 있다. 당신들이 궁금해하는 청소년 정신건강 프로젝트는 내가 담당하고 있지 않아서 자료를 제공하고 필요하면 동료를 불러 오겠다. 

인볼브는 여러가지 분야의 일을 한다. 그 중에서 테크 분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우리는 사이언스 와이즈(Science Wise)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기술분야 정책을 시작할 때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이다.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정부 테이블에 인볼브가 참석하여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구글의 딥마인드 인공지능 관련한 정부 논의에 참석했다. 

빅데이터와 관련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어떻게 그들과 협력할 수 있을까. 지자체들은 다양한 공공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것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리스크 등 시민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을 모으고 빅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있다.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작업에서 우리의 역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다(워크숍 등). 

인볼브는 영국 정부, 지자체, 해외 정부에서 의뢰(commission)를 받아 정책결정과정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컨설턴트 역할을 한다. 앞으로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 비중을 높이기 위해 펀딩을 더 확보하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려고 한다. 현재 조직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펀딩을 받아 진행했는데, 여기에서 벗어나 더욱 일반인들의 목소리가 정책결정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부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고 있다. 

 

시민의회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실험한다. 최근 우리가 하는 시민의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브렉시트, 기후변화, 사회복지 등을 주제로 시민의회를 열었고,  최근에는 의회의 주거위원회와 사회복지위원회(국회상임위 격)로부터 시민의회를 의뢰받았다. 두 위원회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아일랜드, 캐나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하고 있다. Deliverly Democracy Group 홈페이지를 통해 리소스를 공유하고 있다. 

두 위원회가 공동으로 의뢰한 시민의회 주제는 노인복지인데, 이는 정치권에서 다루기 민감한 주제 중 하나이다. 영국정부의 복지예산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하여 예산을 삭감하는 분위기인데, 노인 인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어 추가적인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인생을 걸어야 할 정도로 다루기 힘든 사안이다. 정치인들은 시민의회를 돌파구 또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보고 있다.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이를 정책결정과정에 충분히 반영했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복지는 시민의회를 열기에 적합한 이슈였다고 생각한다. 

인볼브가 정부나 의회로부터 프로젝트를 의뢰받을 때 강조하는 점은 정치인들이 뒤로 숨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일을 맡겨놓고 정치인들이 손을 놓아버리면 안 된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의견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밝히고 이를 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또한 이미 결정된 사안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시민들의 의견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만 착수한다. 

 

시민의회 운영방식 

시민의회를 운영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정책결정자들이 주제를 정하면, 인볼브가 주제와 관련하여 그들이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구체화한다. 논의 프레임을 정하는 작업이다. 앞서 뽑아낸 질문들 중에는 논의 가치가 없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할 수 없는 것 등은 제거하여 질문들을 확정한다. 이후 오랜 시간동안 기획작업을 한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아서 주제나 질문들을 숙고한다. 기획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과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의회 참가자수는 프로젝트 디자인이나 예산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5,60명의 참가자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Sortition Foundation의 도움을 받는다. 이 재단은 전국 인구통계를 활용하여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지역 인구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샘플 그룹을 만든다(성비, 연령, 학령 등 고려). 이중에서 랜덤으로 참가자를 선발한다. 최종 선발된 참가자 데이터를 다시 인구통계와 비교하여 대표되지 않은 그룹이 있는지 확인한다. 참가자들은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하고, 최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물론 참가자 5,60명이 전국민을 대표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최대한 기준이나 절차를 만들어 이들이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최소 예산으로 진행하는 경우 참가자 5,60명을 선발하고, 주말을 이용하여 2박 3일 간 진행한다. 먼저 참가자들에게 주제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두 번의 숙의과정을 갖는다. 

시민의회를 한 번 개최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이상 준비해야 한다. 행사장 대관, 참가자들을 위한 교통과 숙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교통비, 숙식비뿐만 아니라 시민의회 참석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제공한다. 아이가 있는 참가자에게는 베이비시터 고용 비용도 제공한다. 선발된 참가자들이 최대한 시민의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참가자들에게 첫 번째 안내전화를 할 때 친절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시민의회 개최 2주 전에 참석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다시 전화하는데, 매번 같은 직원이 담당한다. 참가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이다. 참가자들이 시민의회 행사장에서 해당 직원을 만나면 어색함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 이틀간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 참가자들은 금요일 저녁에 도착하여 OT를 받고, 숙소에서 잔다. 토요일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시민의회가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한 주에 10시간 정도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를 나눈다(시민의회는 1주 또는 2주에 걸쳐 진행함). 

정보전달과 토론 시간 배분은 정책결정자가 얻고자 하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 참가자들이 의견일치를 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란다면 토론 시간이 길어지고, 최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기를 바란다면 전문가(speaker)들이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speaker를 선정할 때에도 전문가 추천을 통해 최대한 다양한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고려한다. 전문가들이 정보를 브리핑할 때는 참가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하되, 구체적인 내용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시민의회가 4,50명이 참석 규모라면 1,2명이 전체 진행을 맡고, 7-8개 테이블을 준비한다. 한 테이블에는 참가자 8명 내외, 진행요원 1명이 앉는다. 진행요원은 참가자들의 대화가 주제를 벗어나거나 한두 사람에게 발언권이 편중되지 않도록 한다. 행사장 전체에는 20여명의 보조요원을 배치한다. 이들은 참가자들이 필요한 것들을 요청하면 돕는다(10시간동안 앉아 있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시민의회가 끝나면 참가자들에게 150-200파운드(약 22-30만원) 상당의 선물도 준다.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좋은 편이고, 다시 시민의회에 참석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다. 

참가자들과 진행스태프, 시민의회를 의뢰한 기관 관계자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시민의회에 참석한다. 시민의회 주제에 반대하거나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초대한다. 이들이 시민의회를 보고 시민들이 파워풀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의견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다. 미디어, 학계 관계자들도 초대한다. 참가자들의 인터뷰나 사진을 촬영하여 미디어 홍보를 한다. 이외에도 전문가 집단이 항시대기하며 참가자들이 더 알고 싶은 내용을 바로바로 알려준다. 시민의회가 끝나면 참가자 전원에게 땡큐레터를 보낸다. 

시민의회에서 나온 대화 내용을 분석한다. 프로젝트 발주한 의회가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나왔는지 확인하고, 분석결과를 보고한다. 해당 정치인에게 시민의회 보고서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한다. 정치인들의 답변을 얻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때로는 정치인들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Q: 참가자들의 대화를 촉진하는 툴킷이나 도구가 있는지?

A: 특별한 툴킷은 없다. 참가자들에게 대화의 진행이 어려울 때 그 자리에서 카드를 들도록 안내한다. 그러면 직원들이 가서 도와준다. 테이블마다 경험 많은  퍼실리테이터를 진행요원으로 배치한다. 어떤 주제에 대한 논의가 과격해지면 해당 논의는 잠시 미루어 두고 다른 주제를 이야기한다. 

 

Q: 시민의회 주제는 정책결정자들이 정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주제를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있나. 

A: 기후변화 이슈를 다루는 그룹들이 정책결정자들에게 시민의회를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데모를 했다. 지자체 단위로 시민의회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어떤 단체가 맡을지 미정이다. 시민의회가 유행하니까 시민의회를 운영하는 단체들이 많아졌다. 

 

Q: 영국정부가 정책결정과정에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게 된 맥락이나 시민의회가 유행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북아일랜드에서 연정이 무너졌고, 10개월간 정부수반이 없었다. 노인복지 시민의회에서 타협점을 찾음. / 영국에서 브렉시트 타협안이 만들어지지 않자 차라리 시민의회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치가 무너지고 일반시민 숙의과정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 아일랜드, 캐나다, 오스트리아에서 성공적인 시민의회 사례가 나오면서 점차 주목을 받게 되었다. 노동당 좌파에서 시민의회를 필요로 한다. 

작성
오 잘 봤습니다. 읽다가 제가 미리 드린 질문도 보여서 반갑네요 ㅎ. 50명 내외의 규모에서 2박3일로 하는 방식은 한번 시도해볼만한 것 같아요. 꼼꼼한 준비와 퍼실리테이션이 기본이 되고, 책임감을 스스로 높게 느끼는 것. 이게 저한텐 인상적이네요.
(사소한 건데 중간에 "Deliverly Democracy Group"는 왠지 Deliberative 일 것 같습니다. ㅋ)
그림
둘 다 틀렸어용. 데모크라시 R&D(https://democracyrd.org) 입니다.
@그림 😅😅😅😅😅(보노보노 땀을 표현하고 싶은)
사진·파일

TIP 최대 크기 25M 파일을 20개까지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는 드래그해서 순서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미팅기록을 읽고 계시는) 다른 분들은 어떤 점이 인상적인가용?ㅎㅎ 시사점을 함께 만들어보....
사진·파일

TIP 최대 크기 25M 파일을 20개까지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는 드래그해서 순서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