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프로젝트 #목요일 #걷기만하네 #페미니즘모먼트 #GirlsCanDoAnything

오늘은 여행 중에 만난 페미니즘 모먼트(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탈코르셋 승무원

파리-카라블랑카 구간은 에어프랑스를 이용했습니다. 딜레이는 기본이고, 이메일이든 문자든 주요 공지를 불어로만 전하고(한 문장씩 복사해서 구글번역을 돌렸다), 탑승장 안내 전광판도 두어번이나 틀려 초행자를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등 정말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항공사였어요. 두 번 다시 타나 봐라! 그러나 기내에 들어서자 기분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뽀글뽀글 펑키한 펌에 빨간뿔테안경을 쓴 백인여성과 반삭에 안경을 쓴 뚱뚱한 흑인여성이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거든요. 그들은 친절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은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여성승무원에게 엄격한 외모 규제와 지나친 감정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에어프랑스의 이런 쿨함이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Girls Can Do Anything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도시를 방문한 모든 관광객의 머스트씨플레이스 알함브라궁전을 돌아보는 대신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모나칠 하이킹에 참가했습니다. 해발 900미터 지점까지 버스로 이동하고 1,200미터 봉우리까지 걸어가는 코스입니다. 멤버는 가이드이자 호스텔 사장과 그의 딸, 유럽과 미국 등지의 여행자 19명이었습니다. 우리는 한 명씩 좁다란 계곡길을 따라 걸었고 이따금 바위에 매달리거나 나무 밑을 포복으로 기어갔습니다. 중간중간 작은 폭포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하고 구름다리도 건너고 체리도 따먹었어요. 등산이라기보다 작은 모험을 하는 것 같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편 가이드는 영화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을 닮은 재미있고 유쾌한 스페인 아저씨였는데, 안타깝게도 하루에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했습니다. 첫번째 실수는 출발 전 미팅 중에 있었습니다. 그는 일정을 설명하다가 남자들만 콕콕 집어 목적지 근처 다른 봉우리에 추가로 다녀오자고 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그동안 여자들은 휴식하면 된다고요. 저는 내가 지금 영어를 잘못 알아 들었나 의심하고 있는데 이스라엘 여자가 재빨리 항의했습니다. 왜 남자들만 봉우리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냐, 우리 여자들도 얼마든지 갈 수 있다. 두번째 실수는 하이킹을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올 때 있었습니다. 우리는 도중에 브랜드상점이 밀집한 쇼핑거리를 지나게 되었고, 그는 이곳이 여자들을 위한 거리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모든 여자들이 항의했습니다. 여자들이 쇼핑을 좋아한다는 고정관념을 좀 버리라고!

못난이 공주에 대한 농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도시를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의 머스트두액티비티 가우디투어에 참가했습니다. 한국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투어프로그램이라 멤버는 한국인 가이드와 한국인 관광객 20명이었습니다. 우리는 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 구엘공원, 까사밀라, 까사바뜨요 등 스페인의 천재적인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을 둘러 보았어요. 까사바뜨요는 우아한 곡선과 형형색색 타일로 장식된 파사드가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가이드의 이곳의 용비늘 같은 지붕과 관련된 까딸루냐의 수호성인 산 조르디 전설을 설명했습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흉포한 용이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용을 달래기 위해 공주를 제물로 바쳤어요. 용이 공주를 해치기 직전 산 조르디가 나타나 용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했습니다. 가이드가 농담을 덧붙였어요. 보통의 전설이라면 산 조르디와 공주가 결혼하는 것으로 끝날텐데, 두 사람은 각자의 생활로 돌아갑니다. 아마도 공주가 예쁘지 않았나봐요. 저는 가이드가 전설 속 공주까지 외모평가를 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잠자코 있었습니다. 다시 만날 사람도 아닌데 공연히 에너지를 쓰기 싫었거든요(그라나다에서 만난 이스라엘 여자분 새삼 멋짐). 물론 다른 손님들도 문제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가이드는 앞으로도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매번 같은 농담을 할 텐데… 후회가 조금 남습니다.

네지다노프
농담 속에 섞여 생활 속에 녹아 든 차별적 언어들이 참 많죠. 저는 어제 대학원 오티를 다녀왔는데 신입생 중 잘생긴 사람을 대표로 인사말을 시키겠다고 진행자가 말해서 좀 불쾌했어요. 대부분 남자들이 대표인사말하고. 여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셨겠지만... 결론은 부러움? ㅋㅋ 하비에르 바르템이라니... 저는 그분하면 우디 앨런 감독의 ‘빅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우리나라에선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라는 말도 않되는 제목으로 개봉 했던 ㅋ)가 떠올라요. 영화평 댓글에 ‘전생에 나라를 구한 남자의 이야기’ 라고 써있었죠. 근데 생각해보니 이 역시 남성적 언어네요.
풍년
저도 영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너무 좋아해요! 영화를 보고 바르셀로나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착하자마자 오버투어리즘 때문에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지만;
풍년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차별적 언어를 쓰는 것 같아요. 저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르고... 하루하루 성찰하며 섬세함을 키워야할 것 같아요.
네지다노프
@풍년 역시 현실은...
네지다노프
@풍년 저 또한 무의식적으로 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할 때가 많을 것 같아요. 항상 예민하지 않으면 안 될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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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마니
건강하고 유쾌한 빠띠를 만들기 위해 숨겨진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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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에서 바로 바로 항의한 여성분들, 에어프랑스의 승무원분들 모두 멋지네요! 한편으론 저는 자주 보지 않고 한번 보고 말 사람에겐 비교적 쉽게 항의하는 편인데, 자주 보거나 오래 볼 사이인 경우엔 말을 잘 못하겠더라구요. 아무래도 관계가 불편해지는 게 두려워서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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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
오전에 이스라엘 여자분이 항의하지 않았다면, 오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 가이드에게 저를 포함한 다른 여자분들은 항의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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