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잠기는 #수영일기 #부럽다_초등수영교실 #요일프로젝트 #화요일
제가 다니는 수영장엔 토요일, 일요일에 2시간 씩 두 번 자유수영 시간이 있습니다. 요즘 저는 토요일마다 아내와 자유수영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내는 초등학생 때 이모부한테서 수영을 배웠는데, 어렸을 때 배워서 그런지 아주 부드러운 영법을 구사합니다. 저희는 둘 다 체력이 무지 약해서 운동을 같이 하면서 체력을 기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최근에 제가 수영을 즐기게 되면서 운동도 할 겸, 같이 다니고 있어요.
사실 아내는 저의 '숨은 수영 선생님'입니다. 한 주 동안 저를 답답하게 했던 문제를 들고가면 주말의 자유수영 선생님(아내)이 같이 풀어주십니다. 뭔가 배우다가 답답하게 꽉 막혔던 부분이 갑자기 '확' 하고 깨우쳐질 때가 있죠. 아내한테 수영을 배우면서 저는 몇 번 그 경험을 했습니다. 물 위에 가만히 누워 뜨는 느낌을 느껴봐, 물 튀지 않게 최대한 가만가만 발을 차봐, 신경쓰고 좌우 똑같이 팔을 돌려봐 등등. 아내의 말대로 하면 갑자기 문제가 해결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내의 일대일 코칭을 받은 후, 정식으로 일대일 코치를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 토요일, 자유수영을 마치고 우연히 초등수영교실을 구경하다가 저에게 필요한 건 ‘코치’가 아닐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랍게도 초등수영교실은 시종일관 웃음이 넘쳤습니다. 몸풀기 체조부터, 킥판잡고 발차기, 사이드 발차기 훈련까지, 선생님이 엄한 표정을 짓고 무얼 가르치려 해도, 까르르 까르르 애들은 장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장 재밌었던 건, 무조건 나란히 수영을 하는 두 여자아이였습니다. 선생님이 한 명씩 따로 따로 출발시켜도, 10미터 쯤 가면 두 아이는 나란히 붙어 있었습니다. 특별히 교육 방법이 재밌진 않지만, 어쨋든 아이들 수업은 유머와 장난이 허용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런 분위기라면 힘들거나 지루할 새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실력이 특별히 나을 것도 없는 아내한테 수영을 배울 때 좋았던 건 편안하고 허물없는 관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왜 ‘어른수영교실’은 웃음이 없을까요. 생각해보면 수영 수업은 항상 선생님만 떠드는 무서운 공간 같습니다. 그동안 제가 수영장에서 했던 말은 다른 사람과 부딪힌 후 했던 “죄송합니다” 정도인 것 같아요. 어른들끼리도 물 속에서 장난 치고, 게임도 하고, 큰 소리로 서로 말하면 어떨까요. 그럼 안 되는 걸까요? 물론 우리가 그런 사이가 되는 데까진 시간이 필요하겠죠. 수업이 더 작아지고 코치가 더 많아지면 해볼 수 있으려나요-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 무섭지 않고 유쾌한 수영 교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럽다 초등학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