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프로젝트 #화요일 #천천히잠기는 #수영일기 #수영을_책으로_배워요
화요일이면 잊지도 않고 찾아오는 수영일기입니다. 오늘은 점심에 찾아왔어요.
수영일기를 쓰는 게 어느덧 일상이 된 것 같습니다. 일상이 되니, 글의 소개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푸핫) 어제는 물 속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한 문장 이상 수영일기를 쓰고, 그걸 모아서 화요일에 올릴까?' 이 방법도 조만간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최근엔 수영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강습으론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고, 호기심도 있어서요. 이번엔 두 권을 샀어요. <테리 래플린의 TI 수영교과서>와 <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라는 책입니다. 아직 조금밖에 읽지 못했지만, 두 책 모두 ‘수영’이란 소재를 뻬고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서 소개하고 싶어요.
테리 래플린은 ‘TI 수영법’의 창시자입니다. 응? 수영하는 법은 인류가 창시한 거 아니었던가요. 물을 만난 인간이 물 속에서 놀다가 자연스레 수영을 배워서 방법으로 정리된 게 아니었단 말인가요.
물론 그런 인간의 본능적인 수영법도 있겠지요. 그런데 테리 래플린이란 사람은 그 수영법의 한계를 발견하고,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고 해요. 테리 래플린은 땅에서 두 다리로 걷는 인간은 수영에 아주 불리한 몸을 갖고 있고, 그래서 “인간의 본능적인 수영법”(머리를 들고, 손을 저으며, 발을 버둥대는)을 따르게 되면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물고기처럼 수영하기’, ‘편안하고 아름답게, 우아하게 헤엄치기’를 목표로, 연습하는 법을 개발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편안한/아름다운/우아한 수영을 “효율적으로 수영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단 것입니다. 이 책에는 본능적인 수영법을 잊게 하고, 물고기처럼 수영하기 위한 연습법, 이른바 “드릴”(짧은 동작의 반복연습)이 가득 들어 있어요. 읽다 보면, '이 사람 내 문제 어떻게 알고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 놀랄 지경입니다.
테리 래플린은 TI수영에서 기술을 습득하는 4단계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1. 문제점을 안다 : 자신의 수영방법에 대한 다양한 불만을 품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은 잘 모르는 상태.
2. 문제점을 인식한다 : 드릴 연습이나 주의사항을 통해, 몸의 각 부위를 인식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부위의 어떤 문제’ 때문에 불만인지 아는 상태.
3. 기술을 익힌다 : 의식하고 평가하고 연습해서 성과를 얻는다. 못 얻으면 의식->평가를 반복한다.
4. 기술을 체화한다 :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몸이 기억하는 상태에 이른다.(이게 바로 TI, Total Immersion!) 단, 습득했어도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
눈치 채셨겠지만, 테리 래플린의 생각은 수영 뿐 아니라 새로운 배움에 언제나 적용가능한 원리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 주변에 이 책의 놀라움을 말하고 다니는데, ‘또 수영이냐’는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그런 반응을 얻을까 두렵지만 이미 여기까지 썼으니...) 나는 왜 안 될까? 어떻게 해야 되지? 같은 질문들이 수두룩한 저에겐 시원한 단비 같은 책이에요. 실제로 여러가지 방법을 유튜브 영상과 함께 공부하고, 수영장에 가서 적용하면서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선생님께는 비밀! 흐흐)
무언가 새로 배울 때, 책이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지요. 심지어 새로운 일을 할 때 책은 방해가 된다, 책을 읽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이분법적으로 그렇다, 아니다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책을 어떤 타이밍에 어떤 조건에서 만났느냐에 따라 다를테니까요. 모쪼록 여러분도 지금 여러분께 필요한 책을 만나시길 바라며- 오늘의 수영일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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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 <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는 말도 못 꺼냈네요 ㅋㅋ 다음 시간에 얘기해볼게요. 이 책은 소개글에서 "우리(인류)가 수영을 가르친 개들을 제외하면 다른 육지 포유류는 자진해서 물에 들어가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은 아예 물을 피한다.”라는 문장을 보고 즉흥적으로 사버렸어요. 인간이 개에게 수영을 가르쳤다니… 이 무슨 또 놀라운 얘기일까요. 지은이 에릭 샬린 소개말을 보면, "현역 수영 코치이자 연구자로서 스포츠와 학문적 연구, 글쓰기를 결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되어 있어요. 참 멋지고, 고마운 작업을 하는 사람 같아요.
네지다노프
‘또 수영이냐’라뇨. 오히려 ‘또 수영’이었으면 하는데요 ㅋㅋ 저는 집요하고 반복적인 것 안에서의 새로운 깨달음과 그 서사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심플방식의 TI수영법은 어디에건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문제는 심플한 것이 가장 어렵더라고요 ㅋㅋ
‘수영 세계사’라니 생각도 못해본 주제네요. 세상은 넓고 인간의 호기심도 끝이 없네요. 읽어지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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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
맞아요. 심플한 게 좋은데 그만큼 어렵죠. 복잡해지지 않게 옆에서 봐주는 사람이 있음 좋은 것 같아요. “우선 이것만 해보자”라고 해주는.
두 책의 저자 모두 대단한 호기심의 소유자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자에게 시간이 없는게 문제네요 ㅋㅋ 휴가 때 보았으면 참 좋았을 책들인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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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
수영에 대한 깊은 이해! 기술을 습득하는 4단계 심플하고 재미있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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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
약간 덕질 입문하는 느낌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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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
@씽 누구나 가슴에 덕질거리 하나쯤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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