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프로젝트 #월요일 #네지다노프의도덕책읽기 #여름휴가 #교토 #히가시혼간지 #더위를잃다 #종교노동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잘 계시나요? 여름휴가는 다들 다녀 오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가족들과 간사이 지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과 함께한 일정이기에 rest가 있는 여행은 아니어서 개인 시간은 얼마 없어요. 그 와중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본이나 한국이나 기온은 아주 큰 차이는 없기에 한낮에는 외부활동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을 시원한 숙소방에서 놀게하고 잠시 혼자 동네 한바퀴를 돌아볼 시간을 획득했습니다.
마침 숙소 앞에 크고 유명한 사찰이 있었습니다. 정오는 지났지만 열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에 이처럼 유명한 관광지에도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이끌리듯 신발을 벗고 본당에 들어섰습니다. 이어폰도 귀에서 빼고 가만히 눈을 감았습니다. 명상을 하려는 목적보다는 단순히 피곤했거든요. 그런데 눈을 감으니 귀의 감각이 예민해졌습니다. 여행 내 소음에 시달렸는데 갑작스레 찾아온 고요가 참 낯설었습니다. 퍽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 맘이 편해지더군요. 여전히 듣는다는 감각은 동일했지만 뭐랄까, 고요를 듣는다고 할까요. 그렇게 그 상태로 좀 더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만 시계를 봐버리고 말았어요. 생각보다 시간이 지나 서둘러 본당을 빠져나왔습니다. 잊고 있던 오후의 열기가 다시 달려 들더군요
도덕경 45장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고요하게 있으면 더위가 물러가게 된다.
그러므로 맑고 고요하면 천하의 기준이 된다. ‘
요즘드는 생각이 선조들은 에어컨 하나 없이 어찌 이 여름을 버텼을꼬했는데 아마 고요할 수 있는 여건을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렇게하곤 숙소엘 돌아왔는데 꽤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더위를 잊었던 그 사찰의 승려가 관광객 응대 등의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절에 소송을 건 내용이었어요.
나의 여유도 누군가의 분주함을 통해 얻을 수 있다니,쓸쓸해집니다. 갑자기 그 승려분이 걱정됩니다. 그럼 그는 저처럼 고요를 찾고 싶을 때는 어디로 떠나야할까요? 그 지친 노동자에겐 더위 따위는 일도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기거하고 있는 이런 숙소가 그에게는 사찰이자 명승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종교노동자에게도 신을 잃을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휴가 말입니다. 저야, 오늘 하루도 덕분에 감사히 살고 있습니다.
'고요하게 있으면 더위가 물러가게 된다.
그러므로 맑고 고요하면 천하의 기준이 된다.'
지금 읽기 참 좋은 구절이네요 :-) 남은 휴가(?)도 재충전의 시간이 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