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프로젝트 #화요일 #천천히잠기는 #연습을즐기기로했다
어제는 이번 달 마지막 수업시간이라 자유수영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휴가철이라 사람이 적어서 저는 레인 하나를 독차지하고 연습을 했습니다. 지난 주에 배운 연습법을 혼자 연습해보고 싶었는데요. “사이드 발차기”라는 연습입니다. '왼손으로 킥판을 잡고, 몸을 옆으로 기울인 채 발차기를 해서 가는 건데, 호흡을 할 때도 발차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게 하기 위한 거라고 해요. 마침 선생님도 저에게 “회원님, 사이드 발차기 연습 많이 하세요”라고 하며 지나갔습니다.
저는 정말 이상하게도 발차기가 잘 안 되는데, 사이드 발차기를 하니 문제가 더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앞으로 거의 가지 않고, 다리는 점점 가라앉고, 중도 포기를 반복했습니다. 수영을 배운지 얼마 안 된 사람들도 끝까지 가는데, 저는 아무리 해도 중간까지 밖에 못 가겠더라구요. 지난 주부터 4시간은 연습한 것 같은데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벽에 부딪히는 느낌입니다. 계속 부딪히는 것 같습니다. 쿵. 쿵. 쿵. 쿵.
재작년, 처음 수영을 배웠을 때 저는 한 달 만에 유아풀에서 깊은물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깊은물에서 배영을 배우다가 앞으로 가지 않고 자꾸 옆으로만 가는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선생님이 몇 번 가이드를 해줬지만, 바뀌지 않았고 당시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일도 바쁘고 몸도 피곤해서 그냥 포기해버렸습니다. 지금 저는 다시 그 상황에 이른 것 같습니다.
이러다 이번에도 포기하는 건 아닐까요. 하지만 (일기를 써서 그런지 몰라도) 수영을 하면서 제 삶에 생겨난 좋은 점들이 사라지는 건 아쉬울 것 같아요.
매일 매일 달라지는 아침 기온을 느끼기, 오가는 길에 좋아하는 팟캐스트 10분 듣기, 넘치는 아드레날린과 함께 기분 좋게 아침식사 하기, 오전을 활기차게 보내기 (오후엔 잠이 쏟아지지만) ...
이것들이 제가 아침 수영을 하면서 얻은 것들입니다. 수영실력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아도, 수영을 하러 가기만 하면 계속 계속 얻을 수 있는 것들이고요.
그래서 이번엔 좀 더 해보기로 다짐해봅니다. 6개월만 하면 몸에 힘이 빠지고 물과 친해진다는 말도 있었으니까요. (4개월 남았군요) 사이드 발차기로 레인 끝까지 가지 못하면, 기초반에 남아 발차기를 제대로 할 때 까지 더 연습하고 싶다고 말해볼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높은 반으로 올라가도, 얕은 물에 더 남아보고 싶습니다. 어차피 수영 선수도 아니고, 제가 수영을 배우는 이유는… 유유히 물에 떠다니는 고요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 소박한 로망 정도니까요. 그렇게 연습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video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도 수영 씬이 있지요. 아이들의 파워풀한 수영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운 좋게 유튜브 클립을 찾았어요. 58초부터 그 장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느껴지는 여운은, 마치 에세이제목 같아요☺️. 저도 최근에 드럼을 3-4개월 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가나고, 답답하고 하기 싫은 맘이었어요. 그러다 드럼쌤이 저의연주를 보시면 늘 말하셨습니다. 잘하셨는데, 몸에 힘을 빼셔야해요~, 잘 안되도 그냥 리듬따라 꾸준히 치세요~, 틀려도 괜찮아요. 잘하고 계세요~ 라고 하셨을때 저는 만족스럽지 않고 부끄러웠어요. 음, 그때 제가 저를 돌아보다가 아 이완벽주의가 내 드럼시간을 방해하는구나 ㅠㅠ... 깨닫고 여유롭게 드럼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더 빨리늘고 잘치게 되더라고요 ㅎㅎ 잘하는데 아니라 과정을 즐기는 것, 연습을 즐기는 것. 이런 의미시겠죠? 수영 빠이팅 입니다! 못하면 어때요 다녀온것만으로 충분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