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프로젝트 #월요일 #네지다노프의도덕책읽기 #출장 #별명 #물이되는꿈
지난 주 금토 일정으로 부산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해변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바다를 볼 수 있을까 은근 기대를 했는데, 새벽 2시까지 회의하고 자료를 보고 다음 날 일이 마치자마자 돌아와 바다라고는 사진을 남긴 답사 기관 사무실에서 저 멀리 본 것이 다네요.
부산 아동들과 인터뷰를 이어가는 일을 이틀 동안 진행했는데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에서 서로 별명을 부르기로 했어요. 저는 몇년 전 부터 ‘물꿈’이라는 별칭을 사용해 왔어요. (아이들에게 네지다노프라 부르게 할 순 없잖아요 ㅋ)
물꿈. 물이 되는 꿈.
아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되는데요. 루시드폴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성마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지만 저는 늘 물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생명을 존속하게 하는 물, 생명을 잉태하는 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 물, 틈 사이를 채우는 물, 어떤 형태이건 자신의 몸을 끼워 맞추는 물.
물이 불을 이길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물러남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바다가 참 좋습니다. 바다를 본다 상상만 해도 좋아요.
도덕경 8장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입니다.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섬길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를 뿐입니다.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입니다.’
문뜩 출장 중에 만났던 아동들의 눈망울이 떠오릅니다.
과연 그들에게 저는 제 별칭과 같은 물의 모습으로 비쳤을까요, 딱딱하게 형태 지어진 고체의 모습이었을까요?
지원이라는 이름의 권력을, 합리를 가장한 폭력을 행사한 부분은 없었는지 돌아봅니다.
아, 바다는 밀려오지만 물러나기에 돌아보게 하는 기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바다가 보고 싶은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