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프로젝트 #화요일 #천천히잠기는 #나의로망
 
놀라지 마세요. 
 
저는 주 5일, 새벽 6시 수영반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특별히 아침형인간이거나, 수영중독자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유아풀의 기초반이거든요.) 여러가지 개인 사정으로 인해, 딱 저 시간밖에 꾸준히 갈 수 있는 때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주 5일반에 등록했지만 가는 건 월 5일 정도 가고 있습니다. 고백을 하자면, 지난주에는 한 번도 안 갔습니다. 휴가를 다녀왔더니 리듬이 깨져버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오늘은 저를 수영장으로 이끌었던 '나의 로망'들을 다시 보며, 초심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아자!)
 
1. 카모메식당
카모메식당 하면 오니기리, 커피, 시나몬롤, 마징가제트 등등 여러가지 장면이 떠오르지요. 저는 그 중에서도 이상하게 수영장 씬이 종종 떠오르곤 했습니다.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말이죠. 카모메식당의 사치에 사장님이 물 위로 얼굴을 내밀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을 보며 사람이 별로 없는 수영장에서 저렇게 고요하게 수영을 하고 싶다는 로망을 갖게 됐습니다. 알고보니 영화 속 수영장은 핀란드 헬싱키의 '이르욘카투’ (Yrjonkatu)’라고, 90년이나 된 곳이라고 하네요. 비록 지금은 단체 강습을 듣고 있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그녀처럼 고요한 수영인의 시간을 즐기고 싶습니다. 이게 저의 제 1의 로망이구요. 
 
 
‘마녀체력’은 제가 올해 다시 수영 수업에 등록하게 해 준 책입니다. 수영은 같이 하는 ‘친구’가 없는 운동이라 참고하거나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아쉬울 때가 있는데, 저자의 솔직한 경험기를 읽으며 많이 공감했습니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도전하고 또 실패하는 이야기, 그리고 6개월은 버텨야 한다는 이야기 등이 제게 무척 힘이 되었습니다. “6개월은 강습을 받아야 몸에 힘이 빠진다”, “실력이 늘면 운동이라는 목적을 뛰어넘어 재미가 생긴다” 같은 대목에 밑줄 쫙 긋고, 요즘처럼 게을러지면 다시 보고 있습니다. 엄청난 체력의 소유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체력을 길러야겠단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기도 합니다.
 
수영을 시작한 뒤로 이상하게 수영에 관한 글이 저에게 찾아오는 것 같아요. 문득 집어 든 에세이에서 “일주일에 세 번 수영장에 간다. 6년째 다니고 있는 월수금 저녁 9시 반 수영은 내 일상의 가장 대표적인 루틴이다” 라는 문장을 발견할 줄이야! 그렇게 계속 읽어나간 ‘아무튼 계속’의 두 번째 장 '수영' 편에는 제가 어렴풋이 꿈꿨던 수영하는 삶의 모습이 구체적인 문장으로 적혔었습니다.
 
“물속에서는 눈을 감고 물에 몸을 맡긴다. 마치 우주인이 무중력의 우주를 유영하듯이 스르륵 미끄러지면서 온몸의 세포에 집중한다. 그렇게 물살을 가르다가 어느 순간 물과 하나가 되면서 전혀 다른 세상에 나 혼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 수영은 칼로리 소모가 많은 액티비티한 운동이지만 내게는 요가처럼 명상수련인 셈이다
 
“유일한 목표는 조식 시간에 호텔 수영장에 온 사람처럼 최대한 물을 튀기지 않고 물살을 가르는 우아함과 여유로움이다” 
 
크으! 정말 멋지지 않나요? 
 
저는 오늘도 발차기 못한다고 1시간 내내 지적받았습니다. 하지만 먼 훗날 나도 이들처럼 되는 날을 꿈꾸며… 이번 주엔 3번은 가야지, 하고 마음 먹어 보았습니다. 
 
(*덧붙이는 말: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수영장에 가게 되네요! 글쓰기는 운동을 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ㅋ)
풍년
@씽 의 수영일기 너무 귀여워요! 6개월은 버텨야 한다는 말에 공감해요. 저도 수영을 배우다말다 하다가 한번은 6개월이상 쭉 배웠어요(당시 목표는 간지작살 버터플라이 완성이었음;). 몸에 힘이 빠지기는 커녕 여전히 잘하지 못하지만, 종종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몸이 기억한달까. 6개월은 물과 친해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 아닐까요?
간지!!! 역시 간지를 목표삼아야 6개월은 버틴건가요. 저의 간지 목표는 "호텔 수영"으로 정했습니다. 젓가락질, 자전거타기 처럼 저도 제 몸이 기억하는 수준으로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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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
저는 어제부터 요가를 다시 시작했는데(새로 등록한 요가원에서 인생티쳐를 만난 것 같아서 매우 신남), 요가는 저에게 씽과 <아무튼, 계속> 저자의 수영같은 존재예요. 힘들고 지친 하루를 리프레시하는 시간, 내 몸의 반응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여유와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네지다노프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너무 소중한 경험인 듯해요.
와 인생티쳐를 만난 것 같다니 축하해요. 잘 모르고 하는 말이지만, 요가는 수영 같은 '운동'보다는 좀 더 내면을 가라앉히고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저에게 수영은 전혀 명상적인 면이 없고, 체육시간 같아서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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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아하! 몸의 반응을 살피고 힘을 빼는 경험을 하루에 1분이라도 해봐야겠다 싶네요.
네지다노프
저도 도전!
풍년
@네지다노프 누군가 말하길, 30대에는 운동(movement)이 아니라 운동(exercise)을 해야 한다고. 우리는 둘 다 해요!
@달리 님 하루 1분. 너무 멋진 목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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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지다노프
씽님의 글도 추천해주신 영화나 책도 너무 너무 좋네요. (저도 오기가미 나오코 팬) 이런 단순한 접근과 그로 인해 파생되어지는 미학이 참 좋아요. 정말 수영에 관심이 없지만 문득 도전하고 싶어지는 씽님의 ‘추천사’네요!
네지다노프
세세한 링크도 감사!
@네지다노프 저도 이번 기회에 다시 들춰봐서 좋았어요. 헤헤 감사합니다. (내일 만비키 가족 개봉이네요! - 딴소리 ㅋㅋ)
풍년
@씽 저는 오늘 퇴근후 <만비키가족> 보려구요!
@풍년 저는 내일이요!
풍년
@씽 기대기대!
네지다노프
@풍년 이럴거면 단체 관람 추진 할 걸
풍년
@네지다노프 저는 따로 보기 잘한 것 같아요.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 눈물콧물 질질... 제가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 중에서 최고였어요!
네지다노프
@풍년 오. 기대되네요.
@풍년 보고나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동안의 영화들이 떠올랐어요. 저도 엔딩크레딧에 이상하게 눈물이 줄줄줄 흘렀네요. ㅠㅠ 세상과 사람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섣불리 내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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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제친구도 수영의 매력에 빠졌는데, 그친구 말이 기억이 나네요 요즘 이 친구는 수영전도사가 되었어요 ㅎㅎ 수영은 일단 그냥 해보고 못하면 다시 해보면 된다고 ㅎㅎ 힘을 빼고 동작을 하나씩 배워가다보면 어느새 늘어있는 본인을 발견한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매일은 못해도 매주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시작이죱 ㅎㅎ 화이팅입니당!
수영의 매력이 뭔지 조금씩 느껴가는 것 같아요. 사실 아직은 수영을 한 날은 하루종일 힘들어서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답니다 😭 매주 2회 이상이 목표입니다. 응원 감사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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