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프로젝트 #목요일 #걷기만하네 #집으로
봉쥬! 파리에서 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편지를 띄웁니다. 이번 여행을 돌아보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일정이 너무 빡빡했어요. 5주간 3개국 14개 도시를 방문했으니 평균적으로 2, 3일마다 짐을 싸고, 장거리버스를 타고, 잠자리를 구했습니다. 항공권만 달랑 들고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기 때문에 틈틈이 가이드북과 인터넷을 뒤적여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죠. 여행지에서 한가롭게 독서를 하거나 멍 때리기보다 뭔가를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좀 한심했습니다(스마트폰은 내 여행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이동주기가 짧으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어요. 긴장과 피로가 지속되고 체력소모가 컸습니다. 그러다보니 길동무를 사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여행 후반에는 일정을 조금씩 조절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 기왕 왔으니 여긴 가봐야지 따위의 욕심이 스스로를 밀어 붙인 것 같습니다.
스페인보다 모로코여행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대서양에 인접한 모로코 남부 도시/마을이 좋았습니다. 눈부신 태양이 황량한 대지에 부서지고, 코발트색 바다는 벌거벗은 아이들의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곳이에요. 유럽과 아프리카, 가톨릭과 이슬람, 정돈된 것과 날 것, 무관심과 성가심, 여행자가 마주칠 새로운 가능성... 스페인과 모로코 두 나라의 강렬한 대비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나답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인스타 감성 터지는 유럽의 카페 골목보다 땀을 삐질거리며 자연에 드는 것, 궁전이나 성당의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보다 마을 공터에 차려진 난전의 활기가 좋아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를 나답게 하는 시간, 공간, 그리고 관계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또 다른 여행지가 아니라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요.
트랜짓 비행기를 놓쳐 타이베이공항에서 대기 중… 곧 한국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