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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요즘 수전 팔루디의 책 <백래시>를 읽고 있습니다. 저자는 르포르타주 형식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이 전방위로 진행된 1980년대 미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 냅니다. 대중문화는 여성들에게 직장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가 순종적인 아내로서 헌신적인 엄마로서 행복을 누리라고 강요합니다. 뉴라이트 진영은 1970년대 여성운동의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낙태 합법화와 남녀평등헌법수정안을 중단시키려고 총력을 다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겹쳐 보였어요. 예나 지금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동일한 임금과 동일한 고용기회, 남녀평등헌법수정안, 낙태할 권리, 출산휴가보장, 적당한 수준의 보육서비스 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은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 여성혐오 현상에 대한 분석은 소름끼칠 정도예요.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저소득층 남성들은 아버지들만큼 많이 벌지 못하고 여성운동으로서 가장 많은 위협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여성의 역할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는 20퍼센트의 인구를 대변한다. 이들은 취직이 어려웠고 취업한 뒤에도 해고 1순위였으며, 저축도 없고 미래의 가능성이라고 할 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p. 135)
적의 얼굴을 알 수 없을 때 사회는 그것을 만들어 낸다. 하락하는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과도한 집값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불안 같은 것들은 공격 대상을 필요로 하는데, 1980년대에는 그것이 대체로 여성들이었다(p. 138).
<백래시>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책입니다. 또한 우리 안에 내재된 편견이 고도화된 반격임을 깨닫게 해주고요. 책은 매우 재미있어요. 이런 밀착취재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저자는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합니다. 저자의 말투가 다소 냉소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데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 자체가 비논리, 거짓 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책의 OST를 만든다면 미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미야 폴릭의 노래를 고를 것 같아요. 왠지 보컬과 멜로디에서 페미니즘-백래시-페미니즘 리부트로 전진하는 듯한 강인한 힘이 느껴진달까(노랫말은 은유적이라 이해를 못함).
Miya Folick - Deadbody (2018)
https://youtu.be/vkGwuq1WBK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