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지난 금요일에 부산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사진 속 풍경이 너무 예쁘죠? 수도도 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달동네의 가파른 비탈을 오르고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전망입니다. 한국전쟁 피난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부산 영도구 해돋이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기초생활수급자이고 무허가 노후주택이 밀집된 취약지역입니다. 이를테면 남은 여생을 고향집에서 보내기 위해 돌아온 노인은 천장이 조금씩 무너져내리는 흙집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활동가는 비탈진 사면에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집들 사이로 구불구불 난 골목길을 누비며 마을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여러 단체에서 일하는 그는 쪽방주민들을 조직화하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활동가는 ‘쪽방 형님’들과의 애환이 담긴 에피소드를 담담하고 유쾌하게 전했습니다. 만성적인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건 자활·자립 프로그램이 아니라 서로 돌볼 수 있는 관계라고 합니다. 무연고 주민이 돌아가시면 ‘공동체 장례식’을 치르는데, 고인과 안면이 없는 주민들도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고 합니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주민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형님들이 아주 가끔, 요만한 뭔가를 보여줄 때가 있다. 그게 정말 중독성 있다. 그걸로 지금까지 버틴거지...” 짧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활동가의 모습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선곡은 덴마크 싱어송라이터 아그네스 오벨의 피아노 연주곡입니다. 그녀의 손 끝에서 흐드러지듯 아름답게 피어나는 선율을 감상하며 편안한 출근길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Agnes Obel - September Song (2014)
https://youtu.be/wIhfU8Woci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