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 부탄에 다녀 온 후.
첫 해외여행(일본)이후 알고 지낸 공정여행사 대표의 끈질긴 권유-자기 삶이 바꼈다며, 그래서 자기가 지금 이 일 한다고-와 언제부터인가 일본만 주구장창가는 여행길에 다른 낯섬을 마주하고 싶었던 마음이 올 여름 부탄으로 발걸음을 하게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내 삶을 바꿀거라까지의 건 나에겐 아니었지만 불교와 토착문화가 만든 건축물과 산기슭에 흔히 보던 삶에서 떠나간 이들을 기리던 깃발 등의 여러 모습이 잘 보전되고 있는 자연에 어울려 신비스러움마저 느끼게 한 기억이 남았다.
그런 부탄이란 공간이 주는 힘에 함께 갔던 이들과 매일 밤마다 나누던 서로의 꿈얘기를 통해 잠시나마 서로의 삶에 머물러 본 시간은 그 신비스러움을 8일간 쭉 잇게 했다. 쉽게 얘기하기하지도 않고, 돌덩이마냥 무겁게 풀어놓지 않은 서로의 삶, 싸매났던 이야기들.
감상은 여기까지, 내가 실로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건 여행의 좀 다른 부분이다. 올 한해 많은 한국분이 부탄을 찾았다. 부탄입국시 매일 같이 부과되는 세금이 여름 한시적으로 감액됐기 때문이다. 그에 맞춰 짧은 매스컴에도 부탄을 다루고, 그 속에 어느순간 우리는 부탄에 대해 여러 얘기를 하고 있더라.
진정한 행복의 나라네, 그거 그냥 마케팅용이네, 부탄도 이제 자본에 쓸려가네, 가난한 나라가 뭘하니, 쇼하는 거야. 다들 순박하고 착해, 지상낙원이야.... 여튼 한 사회에 대해 어느 순간 쉽게 얘기하던 말들이 나오고 떠돌더라.
너무나도 쉽게 그곳에 대해 판단하고 때론 선함이나 행복이란 말을 그곳에 빗대며 너무 쉽게 소비하지 않는가하는 생각이들더라. 그러다 어느새 그들의 처지와 우리의 처지를 구분하며 그들을 아래로 보는 시선, 또는 그저 특이한 곳으로만 규정지어버리지 모습이 따르지 않나 싶더라.
나중에 나에게도 한 모습을 봤다. 부탄을 다녀 온 후 종종 얘기를 나누던 부탄분에게 했던 몇몇 말들. 마치 부탄사람들은 도시의 욕망(?)을 가지면 안되는 거처럼 하던 얘기들. 어느새 어떤 틀에 넣어 그들을 바라보고 얘기하고 있더라.
여행을 가는 건 지금의 살이에 잠시 벗어난 홀가분 함과 낯선 곳이 주는 긴장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삶을 만나고 이해하는 과정의 진지함이 따르는 게 아닐까? 내 맥락에서만 머물면 모를 삶들. 그 과정 속에 되려 나를 보는 것들. 그 이해하려는 시간이 참 소중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급마무리;;)